잉여 코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잉여 코딩은 돈 버는데엔 쓸모없지만 취미로 즐겁게 코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대부분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코딩만 했는데 마침 사내 지식 공유의 날을 기회로 정말 오랜만에 업무와 전혀 무관한 잉여 코딩을 했다.

잉여 코딩의 결과물

학창 시절에 들은 "잉여 코딩을 하면 코딩 실력이 금방 좋아집니다"라는 말은 아직도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말이다. 내 코딩 실력은 업무에 도움이 되든 안되든 대부분 재미로 무언가를 만들 때 가장 크게 성장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만들어보기라는 주제를 잡고 여러 재밌는 것들을 만드는 잉여 코딩을 해볼 생각이다.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란?

그래서 이 포스팅의 목표는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특이한 언어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해외에선 Esolang이라 부르는데 말 그대로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Esoteric programming language)의 준말이다.

아마 SNS나 뉴스레터에서 개발 관련 소식을 자주 봤다면 가끔 이게 언어라고? 생각되는 신기한 언어들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Brainfuck이 있고 국내 제작된 것 중에선 가장 바이럴이 잘된 엄랭이라는 언어가 있다. 이런 언어들은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부르는 것 처럼 실제 업무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개발자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부분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이게... 코드라고?

위 이미지에 나오는 부호들의 모음은 실제로 실행되는 Brainfuck이란 언어의 코드다. 실제로 이미지 속 코드를 실행하면 ROBBIE라는 문자열이 출력된다. Brainfuck 외에도 Esolang은 많다. 만약 Brainfuck 외에 어떤 언어가 있는지 관심있다면 Esolang Wiki에서 찾아볼 수 있다.

Brainfuck 소개

이제 이 글에서 말하는 난해한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됐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코드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언어를 만들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언어 문법에 대한 설명을 읽고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문법 설명

우선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Brainfuck은 8개의 문자가 명령어로서 존재한다. 그 외의 문자는 무시된다. 여기서 피연산자(변수, 상수 등)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령어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명령어
의미
>
포인터 위치가 1 증가한다.
<
포인터 위치가 1 감소한다.
+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1 증가한다.
-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1 감소한다.
.
포인터에 해당하는 값을 ASCII 값으로 출력한다.
,
포인터 위치에 입력받은 값을 저장한다.
[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라면 "]"로 이동한다. 0이 아니라면 다음 명령어로 이동한다.
]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 아니라면 "["로 이동한다. 0이라면 다음 명령어로 이동한다.

포인터가 있는 언어에 대해 다뤄본 적이 있다면 반복문에 해당하는 []를 제외하면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만약 포인터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배열을 떠올려보자. >를 사용하면 배열을 가리키는 index가 1 증가하는 것이고 <를 사용하면 index가 1 감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반복문에 대한 내용은 더 뒤에 살펴보고 예제 코드를 한 번 살펴보자.

Hello, World!

다음 예제 코드는 나무위키에 수록된 코드를 수정한 것으로 반복문을 사용하지 않은 출력 예제다.

// 한글을 포함하여 알파벳은 무시된다
// 플러스는 10개 단위로 끊었다
H
++++++++++ ++++++++++ ++++++++++ ++++++++++ ++++++++++
++++++++++ ++++++++++ ++ . >
e
++++++++++ ++++++++++ ++++++++++ ++++++++++ ++++++++++
++++++++++ ++++++++++ ++++++++++ ++++++++++ ++++++++++ + . >
l
++++++++++ ++++++++++ ++++++++++ ++++++++++ ++++++++++
++++++++++ ++++++++++ ++++++++++ ++++++++++ ++++++++++
++++++++ . >
l
++++++++++ ++++++++++ ++++++++++ ++++++++++ ++++++++++
++++++++++ ++++++++++ ++++++++++ ++++++++++ ++++++++++
++++++++ . >
o
++++++++++ ++++++++++ ++++++++++ ++++++++++ ++++++++++
++++++++++ ++++++++++ ++++++++++ ++++++++++ ++++++++++
++++++++++ + . >
Comma
++++++++++ ++++++++++ ++++++++++ ++++++++++ ++++ . >
Space
++++++++++ ++++++++++ ++++++++++ ++ . >
w
++++++++++ ++++++++++ ++++++++++ ++++++++++ ++++++++++
++++++++++ ++++++++++ ++++++++++ ++++++++++ ++++++++++
++++++++++ +++++++++ . >
o
++++++++++ ++++++++++ ++++++++++ ++++++++++ ++++++++++
++++++++++ ++++++++++ ++++++++++ ++++++++++ ++++++++++
++++++++++ + . >
r
++++++++++ ++++++++++ ++++++++++ ++++++++++ ++++++++++
++++++++++ ++++++++++ ++++++++++ ++++++++++ ++++++++++
++++++++++ ++++ . >
l
++++++++++ ++++++++++ ++++++++++ ++++++++++ ++++++++++
++++++++++ ++++++++++ ++++++++++ ++++++++++ ++++++++++
++++++++ . >
d
++++++++++ ++++++++++ ++++++++++ ++++++++++ ++++++++++
++++++++++ ++++++++++ ++++++++++ ++++++++++ ++++++++++ . >
!
++++++++++ ++++++++++ ++++++++++ +++ .
Hello, world! 출력 전체 코드

벌써 머리가 아프지만 침착하게 코드를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맨 윗 부분부터 살펴보자.

H
++++++++++ ++++++++++ ++++++++++ ++++++++++ ++++++++++
++++++++++ ++++++++++ ++ . >
H 출력 코드

먼저 가장 맨 위 H는 8개 명령어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생략된다. 그리고 +는 현재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을 1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현재 포인터 위치를 0이라 가정했을 때 H 다음에 나오는 두 줄은 72만큼 증가한 후 . 명령어를 통해서 값에 해당하는 아스키 코드를 출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2는 H의 아스키 코드 값이다.

e
++++++++++ ++++++++++ ++++++++++ ++++++++++ ++++++++++
++++++++++ ++++++++++ ++++++++++ ++++++++++ ++++++++++ + . >
e 출력 코드

이어서 다음 글자인 e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H를 출력한 후 >를 통해 포인터 위치를 1 증가시켰으므로 현재 포인터 위치는 1이다. e 다음 두 줄은 101만큼 증가한 후 .을 통해 출력한다. 마찬가지로 e의 아스키 코드 값은 101이다. 나머지 글자도 같은 원리로 출력된다.

반복문

아직 []에 대해선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Brainfuck도 반복되는 작업을 줄이기 위한 반복 문법이 있는데, 이는 다른 명령어들보단 조금 난해하다.

  • [ :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라면 "]"로 이동한다. 0이 아니라면 다음 명령어로 이동한다.
  • ] :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 아니라면 "["로 이동한다. 0이라면 다음 명령어로 이동한다.

익숙하지 않아 조금 헷갈릴 수 있겠지만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다지 어렵진 않다. 말 그대로 [를 해석할 때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라면 ] 명령어가 있는 위치까지 이동한다는 뜻이다. 그 사이에 있는 명령어는 무시된다. 만약 ]가 없다면 컴파일 에러가 발생해야 한다. ]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동작한다. 이 경우는 [를 만날 때까지 거꾸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설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해를 위해 이번엔 Hello, world! 출력을 반복문을 사용하여 코드를 줄여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무위키의 예제와 설명을 이용하였다.

++++++++++
[>+++++++>++++++++++>+++>+<<<<-]
>++.>+.+++++++..+++.>++++++++++++++.------------.<<+++++++++++++++.>.+++.------.--------.>+.

포인터의 위치는 0부터 시작하고 모든 포인터의 메모리 초기값은 0이라고 가정한다.

  1. +++++ +++++
    현재 포인터 위치(0)의 값을 10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은 10이 된다.
  2. [>+++++ ++ >+++++ +++++ >+++ >+ <<<<
    현재 포인터 위치(0)를 하나씩 증가시키며( > (1) > (2) > (3) > (4) ) 각 주소의 값을 7, 10, 3, 1씩 증가시킨다. 이후 <<<<를 통해 포인터의 위치를 다시 0으로 만든다.
  3. -]
    현재 포인터 위치(0)의 값을 1 감소시킨 후, 그 값이 0이 아닐 경우 2.[ 로 돌아간다. 1.에서 0에 해당하는 포인터 값을 10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10회 반복문이 된다. 결국 2.가 10번 실행되므로 각 포인터의 1~4번째 위치에는 70, 100, 30, 10의 값이 들어가게 된다.
  4. >++ . → H
    포인터 위치를 1 증가시키고(1), 위치에 해당하는 값(=70)에 2를 더한 후(=72, H) 그 값을 아스키 코드로 출력한다.
  5. >+ . +++++ ++ .. +++ . → ello
    다시 포인터 위치를 1 증가시키고(2), 위치에 해당하는 값(=100)에 1을 더한 후(=101, e) 한 번 출력, 7을 더한 후(=108, l) 두 번 출력, 또다시 3을 더한 후(=111, o) 한 번 출력한다. 여기서 Hello가 출력된다.
  6. >++++++++++++++.------------.<<+++++++++++++++.>.+++.------.--------.>+. → , World!
    4~5와 같다. 포인터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고 그 주소의 값에 숫자를 더하고 빼 가면서 문자를 출력한다. 여기서 , World!가 출력된다.

각 단계를 보면 알겠지만 단순 노가다를 줄인 것에 가깝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위 두 예제를 봤다면 Brainfuck이란 언어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조금은 구현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을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모르는 것을 학습하면 난해한 것단순한 것, 쉬운 것으로 변한다. 이제 여러분 머릿 속에서 Brainfuck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었을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런데 이런 언어로 우리가 사용할만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물론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여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없다.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없다면 이런 언어가 어떻게 상용 소프트웨어, 컴파일러, 운영체제, 게임과 같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우선 Brainfuck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보자. 위키백과에 따르면 Brainfuck은 우어봔 뮐러(Urban Müller)가 1993년에 가장 작은 컴파일러로 구현 가능한 튜링 완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튜링 완전이라는 용어다. 컴퓨터 과학을 차근차근 공부했더라도 스쳐 지나가듯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까먹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살펴보자.

튜링 기계

우리는 현대 사회 속에서 수많은 기계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다음 이미지를 살펴보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위 이미지에 있는 기계 중에서 왼쪽에 해당하는 기계와 오른쪽에 해당하는 기계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왼쪽에 있는 기계들은 세탁하거나 음식을 데우거나 보관하는 등 정해진 일만을 수행한다. 이런 기계들은 특정 목적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외의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오른쪽에 있는 기계는 정해진 일 외에도 다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문서를 작성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기계를 컴퓨터라고 부른다.

이렇게 정해진 일 외에도 다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를 튜링 기계라고 부른다. 튜링 기계는 1936년에 앨런 튜링이 고안한 가상의 기계다. 튜링 기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튜링 기계는 무한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
  2. 테이프의 각 칸에는 유한한 기호 중 하나가 적혀있다.
  3. 튜링 기계는 테이프의 각 칸의 기호를 읽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기계를 튜링 기계라고 부른다. 튜링 기계는 무한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한한 입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테이프의 각 칸에는 튜링 기계가 해석할 수 있는 유한한 기호가 적혀있다. 또한 튜링 기계는 테이프의 각 칸을 읽고 해석하고 그에 따라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입력받은 후 각 테이프의 영역을 다른 기호로 바꾸거나 테이프의 위치를 옮길 수 있다.

단순한 기계지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위 조건들을 만족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아직 잘 모를 수 있다. 튜링 기계를 다음과 같이 바꿔서 표현해보자.

  1. 컴퓨터는 레지스터, RAM, HDD와 같은 저장 장치가 있다.
  2. 저장 장치의 각 칸에는 0과 1 중 하나가 적혀있다.
  3. 컴퓨터는 저장 장치의 각 칸의 값을 읽고 해석할 수 있다.

튜링 기계는 컴퓨터, 테이프는 저장 장치라고 표현을 바꿨다. 그리고 유한한 기호 대신 이진수로 표현했다. 어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것 같은가? 결국 튜링 기계는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기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출력 장치인 모니터나 스피커 같은 것을 달아주면 우리가 아는 컴퓨터가 된다. 즉, 튜링 기계는 현대 컴퓨터의 기원이 되는 기계다.

튜링 완전

튜링 기계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이번에는 튜링 완전에 대해서 알아보자. 튜링 완전은 컴퓨터 과학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튜링 완전이란 만들어진 기계가 튜링 기계와 계산 능력이 동일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기계가 아닌데 왜 튜링 완전하다고 표현하는 걸까?

마인크래프트에서 만들어진 CPU를 통해 구현된 스네이크 게임

일단 그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은 튜링 기계는 또 다른 튜링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튜링 기계는 시간과 자원만 있다면 어떠한 계산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어떠한 계산이든 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기계가 된다면 어떠한 계산이든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동일한 말이 여러 번 나와서 헷갈릴 수 있는데 우리가 잘 아는 가상 머신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는 컴퓨터에서 가상 머신을 이용하여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실행하거나 각종 에뮬레이터 등을 실행시킬 수 있다. 이러한 가상 머신은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자원을 이용하여 다른 컴퓨터를 실행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튜링 기계는 또 다른 튜링 기계를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기계가 아니지만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되어 실행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는 튜링 기계가 실행할 수 있는 기계로 변환될 수 있다. 이때, 그 기계가 튜링 완전하다면 해당 프로그래밍 언어는 튜링 완전한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튜링 완전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또 다른 언어를 만들 수 있다. 어셈블리어가 C언어를 만들고 파이썬이 또 파이썬(PyPy)을 만드는 것 같은 일이다.

따라서 Brainfuck은 상당히 다루기 난감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브라우저, 프로그래밍 언어, AAA 게임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고로 현실에선 메모리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정말로 모든 것을 계산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있는 컴퓨터는 느슨한 튜링 완전하다라고 말한다.

Brainfuck 구현해보기

서문이 길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Brainfuck을 구현해보자. 앞서 살펴본 명령어들이 간단한 동작만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구현은 굉장히 쉬운 편이다. 참고로 구현된 소스는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여기서는 JavaScript(Node)로 구현해본다.

기본 명령어 구현

사실 피연산자가 없기 때문에 명령어만 구현하면 끝난다. 명령어는 >, <와 같이 포인터 이동, +, -와 같이 값 증감, .,와 같이 입출력이 있다. 우선 조금 더 복잡한 [, ]와 같은 반복문은 제외하고 나머지 명령어부터 구현해보자.

초기화

먼저 포인터가 이동할 수 있는 범위인 메모리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Brainfuck의 메모리는 32768바이트로 초기화하는데, 이는 Brainfuck의 특성상 그 이상의 메모리를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32768바이트가 아닌 다른 크기로 초기화해도 무방하다. 편의상 메모리 영역은 배열로 만든다.

function Brainfuck(size = 32768) {
  this.memory = new Array(size).fill(0); // 메모리
  this.ptr = 0; // 포인터
  this.pc = 0; // 프로그램 카운터, 코드의 위치
  this.code = []; // 코드를 저장할 배열
}

이어서 Brainfuck 코드를 불러올 수 있도록 load 메소드를 만든다. 이 메소드는 Brainfuck 코드를 인자로 받아서 this.code에 저장한다. 이때, 편의를 위해 Brainfuck 코드를 split으로 나눠서 배열로 저장한다.

Brainfuck.prototype.load = function (code) {
  this.code = code.split("");
};

포인터 이동

이번에는 >, <와 같은 포인터 이동 명령어를 구현해보자. 포인터 이동은 this.ptr을 조작하도록 구현한다. >는 포인터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는 포인터를 왼쪽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포인터가 메모리의 범위를 벗어나면 에러를 발생시킨다.

Brainfuck.prototype.increasePtr = function () {
  if (this.ptr >= this.memory.length - 1) throw new Error("Out of memory");
  this.ptr += 1;
};

Brainfuck.prototype.decreasePtr = function () {
  if (this.ptr <= 0) throw new Error("Out of memory");
  this.ptr -= 1;
};

값 증감

다음으로 +, -와 같은 값 증감 명령어를 구현해보자. 값 증감은 this.ptr 위치에 해당하는 this.memory의 값을 조작하도록 구현한다. +는 현재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의 값을 1 증가시키고, -는 현재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의 값을 1 감소시킨다.

Brainfuck.prototype.increaseValue = function () {
  this.memory[this.ptr] += 1;
};

Brainfuck.prototype.decreaseValue = function () {
  this.memory[this.ptr] -= 1;
};

입출력

마지막으로 ., ,와 같은 입출력 명령어를 구현해보자. .은 현재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의 값을 출력하고 ,는 현재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의 값을 입력받는다. 이 부분은 구현하는 언어에서 제공하는 Built-in 함수를 이용한다.

Brainfuck.prototype.printValue = function () {
  process.stdout.write(String.fromCharCode(this.memory[this.ptr]));
};

Brainfuck.prototype.storingValue = function () {
  let buffer = Buffer.alloc(1);
  fs.readSync(0, buffer, 0, 1);
  this.memory[this.ptr] = buffer.toString("utf8").charCodeAt(0);
};

실행

여기까지 구현했다면 실행하는 메서드를 구현해보자. 다음과 같이 run이라는 메서드를 만든다.

Brainfuck.prototype.run = function () {
  while (this.pc < this.code.length) { // 프로그램 카운터가 코드의 길이보다 작을 때까지 반복
    const command = this.code[this.pc]; // 현재 프로그램 카운터가 가리키는 명령어

    if (command === ">") this.increasePtr();
    else if (command === "<") this.decreasePtr();
    else if (command === "+") this.increaseValue();
    else if (command === "-") this.decreaseValue();
    else if (command === ".") this.printValue();
    else if (command === ",") this.storingValue();

    this.pc += 1; // 프로그램 카운터를 1 증가시킨다.
  }
};

이제 파일에서 코드를 읽고 실행시킬 수 있도록 로직을 작성해주자.

fs.readFile(process.argv[2], function (err, data) {
  if (err) throw new Error(err.message);
  const bf = new Brainfuck();
  bf.load(data.toString());
  bf.run();
  process.stdout.write("\n");
});

마지막으로 helloword.bf라는 파일을 만들고 글 위쪽에 있는 무식하게 긴 Hello, World! 코드를 넣은 후 실행시켜보자.

$ node brainfuck.js helloworld.bf
Hello, World!

반복문 구현

아직 반복문은 구현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반복문을 구현해보자. 반복문 구현은 다른 명령어보다는 조금 복잡하다.

점프 위치 저장

반복문을 구현하기 위해서 미리 반복문의 시작과 끝의 위치를 저장해두면 편하다. 이를 위해 생성자에서 this.jumpTo라는 객체를 만들어준다.

function Brainfuck(size = 32768) {
  this.memory = new Array(size).fill(0);
  this.code = "";
  this.ptr = 0;
  this.pc = 0;
  this.jumpTo = {}; // 점프 위치를 저장하기 위한 객체
}

그리고 나름 전처리라는 의미로 preprocess 메서드에서 반복문의 시작과 끝의 위치를 저장해준다. 스택의 원리를 이용하면 구현하기 편하다.

Brainfuck.prototype.preprocess = function () {
  const stack = [];
  for (let i = 0; i < this.code.length; i += 1) {
    const command = this.code[i];
    if (command === "[") { // 반복문 시작
      stack.push(i);
    } else if (command === "]") { // 반복문의 끝을 만나면
      if (stack.length === 0) throw new Error("Syntax error"); // 스택이 비어있는데 ]가 나오면 에러

      this.jumpTo[i] = stack.pop(); // 끝 위치에 반복문의 시작 위치를 스택에서 꺼내서 저장
      this.jumpTo[this.jumpTo[i]] = i; // 시작 위치에 반복문의 끝 위치를 저장
    }
  }

  if (stack.length > 0) throw new Error("Syntax error"); // 스택에 남아있는 [가 있으면 에러
};

점프 구현

이제 반복문을 구현해보자. jump 메서드를 통해 조건을 만족한다면 프로그램 카운터의 위치를 이동시킨다.

Brainfuck.prototype.jump = function (command) {
  if (command === "[" && this.memory[this.ptr] === 0) { // [이고 메모리 값이 0이면
    this.pc = this.jumpTo[this.pc]; // 반복문의 끝으로 이동
  } else if (command === "]" && this.memory[this.ptr] !== 0) { // ]이고 메모리 값이 0이 아니면
    this.pc = this.jumpTo[this.pc]; // 반복문의 시작으로 이동
  }
};

반복문 실행

이제 run 메서드에서 반복문을 실행시켜보자. jump 메서드를 통해 반복문의 시작과 끝을 처리해주고 나머지 명령어는 기존과 동일하게 처리한다.

Brainfuck.prototype.run = function () {
  this.preprocess(); // 전처리

  while (this.pc < this.code.length) {
    const command = this.code[this.pc];

    if (command === ">") this.increasePtr();
    else if (command === "<") this.decreasePtr();
    else if (command === "+") this.increaseValue();
    else if (command === "-") this.decreaseValue();
    else if (command === ".") this.printValue();
    else if (command === ",") this.storingValue();
    else if (command === "[" || command === "]") this.jump(command); // 반복문 처리

    this.pc += 1;
  }
};

아까 만들어둔 helloworld.bf에 있던 기존 코드를 지우고 다음과 같이 반복문을 사용한 코드를 넣어보자.

++++++++++
[>+++++++>++++++++++>+++>+<<<<-]
>++.>+.+++++++..+++.>++++++++++++++.------------.<<+++++++++++++++.>.+++.------.--------.>+.

마지막으로 실행해보면 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node brainfuck.js helloworld.bf
Hello, World!

만약 다른 프로그램도 실행해보고 싶다면 피보나치 수열팩토리얼 계산 예제 코드도 있으니 실행해보자.

Jazzlang 만들어보기

이제 블로그 포스팅 첫 부분에 나온 잉여 코딩의 산출물인 Jazzlang을 만들어보자. Jazzlang 코드는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Node로만 구현되어 있다.

명령어 및 규칙

Jazzlang은 Brainfuck 문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있다. 따라서 Brainfuck 명령어와 Jazzlang 명령어는 1:1로 호환된다.

명령어의미
샤빱포인터 위치가 1 증가한다.
사바포인터 위치가 1 감소한다.
두비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1 증가한다.
두밥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1 감소한다.
두붸둡포인터에 해당하는 값을 ASCII 값으로 출력한다.
샤바다포인터 위치에 입력받은 값을 저장한다.
뚜비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라면 "두봐"로 이동한다. 0이 아니라면 다음 명령어로 이동한다.
두봐포인터 위치에 해당하는 값이 0이 아니라면 "뚜비"로 이동한다. 0이라면 다음 명령어로 이동한다.

그리고 밈적 재미를 위해 다음과 같은 규칙도 추가했다.

  •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부터 명령어를 인식한다.
  • 이거야가 나오면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Transpile 구현

명령어가 호환된다는 뜻은 Brainfuck 코드로 변환하면 Brainfuck 구현체로 실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Jazzlang 코드를 Brainfuck 코드로 변환하는 Transpile 기능만 구현하면 끝난다. 기존 Brainfuck 구현체에서 load 메서드 구현만 조금 바꿔보자.

// 기존 Brainfuck 객체의 이름을 Jazzlang으로 변경했다.
Jazzlang.prototype.load = function (code) {
  const rawCode = code
    .split("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1]
    .split("이거야")[0]
    .split("");
  let read = 0;

  while (read < rawCode.length) {
    if (rawCode[read] === "샤") {
      if (rawCode[read + 1] === "빱") {
        this.code.push(">");
        read += 2;
      } else if (rawCode[read + 1] === "바" && rawCode[read + 2] === "다") {
        this.code.push(",");
        read += 3;
      }
    } else if (rawCode[read] === "사" && rawCode[read + 1] === "바") {
      this.code.push("<");
      read += 2;
    } else if (rawCode[read] === "두") {
      if (rawCode[read + 1] === "비") {
        this.code.push("+");
        read += 2;
      } else if (rawCode[read + 1] === "밥") {
        this.code.push("-");
        read += 2;
      } else if (rawCode[read + 1] === "붸" && rawCode[read + 2] === "둡") {
        this.code.push(".");
        read += 3;
      } else if (rawCode[read + 1] === "봐") {
        this.code.push("]");
        read += 2;
      }
    } else if (rawCode[read] === "뚜" && rawCode[read + 1] === "비") {
      this.code.push("[");
      read += 2;
    } else {
      read += 1;
    }
  }
};

굉장히 단순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코드가 아주 투박하다. 하지만 이 이상 시간을 내서 고도화할 필요는 없어 보이니 관대하게 봐주시길 바란다. 다음은 Jazzlang으로 구현한 Hello, World! 코드 예제다.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두비
뚜비 샤빱 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 샤빱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두비 샤빱 두비두비두비 샤빱 두비 사바사바사바사바 두밥 두봐
샤빱 두비두비 두붸둡 샤빱 두비 두붸둡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두비 두붸둡 두붸둡 두비두비두비 두붸둡 샤빱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 두붸둡 두밥두밥두밥 두밥두밥두밥 두밥두밥두밥 두밥두밥두밥 두붸둡 사바사바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비두비두비 두붸둡 샤빱 두붸둡 두비두비두비 두붸둡 두밥두밥두밥 두밥두밥두밥 두붸둡
두밥두밥두밥 두밥두밥두밥 두밥두밥 두붸둡 샤빱 두비 두붸둡
이거야

위 코드를 helloworld.jazz로 저장하고 한 번 실행해보자.

$ node jazzlang.js helloworld.jazz
Hello, World!

마치며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은 이름치고는 생각보다 구현하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언어 구현이라길래 Lexer, Parser 등에 대한 구현이나 조금 더 심화 내용이 있을 거라 기대한 사람은 이 내용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본 포스팅의 목적은 어려워 보이지만 쉬워요!언어 구현이 어떠한 원리로 가능한 것인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마치고자 한다.

추후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이번에 구현한 언어들을 고도화하는 만드는 과정을 포스팅해볼 예정이니 혹시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 독자가 있다면 추후 올라올 포스팅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